홈오피니언‘무섭노’가 일베 용어?… 생활 방언 옥죄는 과도한 정치적 잣대

‘무섭노’가 일베 용어?… 생활 방언 옥죄는 과도한 정치적 잣대

  • 20대 거제 출신 아이돌의 자연스러운 대화에 씌워진 ‘혐오 프레임’
  • 학술적 문법 들이대며 훈계하는 정치권… 살아 숨 쉬는 언어 현실 외면해
  • 특정 커뮤니티 오용 탓에 수백 년 써온 지역민 토속어 낙인찍어선 안 돼

최근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영상에서 무심코 뱉은 “무섭노”라는 말을 두고 때아닌 혐오 표현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 거제 출신인 20대 청년이 고향 사투리를 쓴 것을 두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촌극이 빚어지는 중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한 유튜브 영상이다. 어두운 공간을 지나며 담당 PD가 “무섭노”라고 묻자, 원이가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한 대목을 두고 한 다큐멘터리 PD가 “일베식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하면서 불이 붙었다.

급기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의문문 끝에 ‘노’를 붙이는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이라며 청년층의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은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를 쓴 것”이라며 스무 살 남짓한 아이돌의 방언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개혁연구원을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한 국민 여론을 묻는 500샘플 규모의 긴급 여론조사까지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노”는 그저 경상도 사투리일 뿐이다. 물론 영남 방언에서 의문사에 따라 ‘~나’와 ‘~노’가 엄격히 구분된다는 학술적 어법은 존재한다. 하지만 언어는 교과서 속에 박제된 화석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을 타고 흐르는 유기체다. 이곳 김해를 비롯한 경남 지역의 수많은 일상 속에서 “~노”는 복잡한 문법적 계산 없이 감탄이나 동조, 혼잣말의 어미로도 흔하고 자연스럽게 쓰인다.

특정 커뮤니티가 해당 어미를 기계적으로 차용해 고인을 비하하는 용도로 악용한 것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의 악의적 오용 때문에 수십 년, 수백 년간 지역민들이 써온 토속어마저 ‘잠재적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혀 자기검열을 강요받아야 하는가. 이는 본말이 전도된 억지다. 평범한 청년이 PD의 말을 무의식중에 따라 한 자연스러운 대화마저 ‘일베’로 몰아가는 것은 언어에 대한 폭력이자 지역 생활 문화에 대한 지독한 몰이해다.

정치권과 일부 지식인들이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젊은 세대를 훈계하기 전에, 지역민들이 숨 쉬듯 사용하는 삶의 언어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무섭노”는 일베의 전유물이 아니라, 고향의 색채가 묻어나는 친근한 사투리일 뿐이다. 기계적인 검열과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과 분열만 낳을 뿐이다. 일상의 사투리는 그저 사투리로 놔두는 성숙한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김해투데이 김경화 기자(gimhae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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